
(케이엠뉴스) 지난 4월 11일 발생한 광명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 현장(5‑2공구) 붕괴 사고가 84일을 맞았다. 사고 이후 2명이 매몰됐으며, 이 중 50대 근로자는 구조 5일 후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 시공사, 시행사 등에 대한 책임론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신안산선 붕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당초 6월 중 종료 예정이던 조사를 9월 14일까지로 3개월 연장했다.

사조위는 지금까지 ▲현장조사 3회 ▲관계자 청문 2회 ▲3D 모델링 분석 ▲설계도면 및 구조계산서 검토 등 총 6차례 위원회를 열어 조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구조물 붕괴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지질, 지반, 구조 해석에 대한 추가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사조위 손무락 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소한 단서도 놓치지 않도록 조사하고 있다”며 “무리한 결론보다는 정확한 분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광명시 역시 별도로 구성한 민관 합동 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조사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민간 전문가 11명과 시 공무원 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실시설계 도면, 공법 적용 타당성, 사고 영향 분석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시행사인 넥스트레인이 시의 자료 제출 요구에 수차례 지연·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문제가 되고 있다. 광명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5월 13일부터 설계도서와 지하수 자료 등 사고 관련 서류를 지속 요청해왔으나, 6월 5일에야 일부 자료를 제출했고 그마저도 핵심 도면이 빠져 있었다.
광명시 관계자는 “중대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조사에 시행사가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위법 소지가 있다”며 “행정처분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등 법적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붕괴 위험이 감지된 인근 지역의 주민 2,400여 명은 긴급히 대피했고, 광명시는 인근 초등학교와 체육관 등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광명시는 주민들에게 내린 대피 명령을 해제한 상태다.
현재도 지반 안정화가 완료되지 않은 일부 구간은 접근이 통제돼 있으며, 상가·주택 일부는 붕괴 위험 판정으로 정밀 안전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보상과 복구가 지연되는 현실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대피 주민은 “정부나 시에서 사고 수습을 하는 건 알지만,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른 주민도 “포스코이앤씨가 숙박비로 1인당 1일 10만원을 지급해 왔지만 지금은 끊긴 상태”라며 불만을 호소했다. “지원금이 부족해 숙박없소를 전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해당 현장은 사고 이전부터 수차례 안전관리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6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으며, 고용노동부의 기획감독 대상에도 포함돼 있었다.
노동계는 “반복적인 사망사고에도 시공사에 실질적 제재가 부족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공사 현장의 붕괴가 아니라, 사전 경고 무시, 보고 지연, 안전점검 미흡 등 여러 인재(人災)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시스템 실패’로 평가되고 있다.
사조위와 광명시는 ▲설계와 시공 과정의 투명성 확보 ▲민자사업 안전관리 강화 ▲시민 참여형 감시 체계 도입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사고 발생 직전, 현장에 설치된 계측기에는 천장이 최대 4cm가량 침하된 수치가 기록됐고, CCTV 영상에도 토사 유입 및 균열 장면이 명확히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공사와 감리단은 이러한 이상 징후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리 책임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는 이유다.

신안산선은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된 사업으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고, 넥스트레인이 시행, 국가철도공단이 관리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애초 넥스트레인이 제시한 준공 일정은 2029년이었으나, 국토부와의 협의로 2027년 말로 앞당겨지며 공기 단축 압박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일정 단축이 공정 전반에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사고 구간에서는 지반 보강 공법인 ‘강관 다단 그라우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고 발생 84일이 지났지만, 원인도 책임자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지자체와 국토부의 이중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조사 권한의 한계와 시행사의 비협조 속에 시민들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시공실수에 그치지 않는다. 사전 경고의 무시, 시스템 결함, 책임 회피까지 겹친 총체적 실패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사고 원인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시민들은 단순한 ‘기술적 해명’이 아닌,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라는 실질적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